인간이 술을 마시는 이유 [술의 탄생 역사]

2023. 11. 6. 17:54카테고리 없음

인간이 술을 마시는 이유 [술의 탄생 역사]

<출처> 지식해적단 YouTube

기뻐서 마시고,

슬퍼서 마시고,

특별한 날이라 마시고,

그냥 한 해가 지나가니까 마시고...

술에 대한 사랑은

대부분의 문화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인류 공통의 문화입니다.

사실 인간은 중독의 동물입니다.

술뿐만이 아니라

커피나 담배같이

우리를 중독시키는 기호식품은 많아요.

그러나 이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역사가 오래된 걸 꼽으라 하면

역시 술, 알코올입니다.

그 오랜 역사 동안

술을 금지하려는 시도는

거의 대부분 실패해 왔고

지금도 전 세계에서

매년 천억 리터가 넘는 술이

소비되고 있을 정도로

팔팔한 시장입니다.

대체 인간은

언제부터 술이란 걸 마시게 됐을까요?

다른 대안들이 많아진 지금까지도

술에 빠져 있는 걸까요?


오늘날의 인간이

여전히 과일을 즐겨먹는 것처럼

대부분의 잡식동물들 역시

과일을 좋아하고, 많이 먹습니다.

동물들이 과일을 좋아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단맛'

당분이야말로 야생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고효율의 에너지원이기 때문이죠.

때문에 야생에서는

과일을 얻기 위한

쟁탈전이 상시 개최되고 있습니다.

이 쟁탈전은 크게

과일이라는 세계 속에서

일어나는 1라운드

과일의 세계 밖에서 일어나는

2라운드로 나눌 수가 있어요.

수분과 단당류가 가득 찬

이 꿀단지를 차지하기 위해

각종 세균들과 곰팡이들이

각축을 벌이는 1라운드!

여기서 등장하는 게 바로

곰팡이계의 일인자 '효모'입니다.

효모는 공기 중에서 날아오거나

미리 과일 속에 들어있다가

과일이 익어서 당분이 충분해지면

이걸 빠르게 소모시키며

'알코올'로 바꿔버리는데요.

이게 바로,

우리가 '발효'라고 부르는 과정으로

이렇게 되면 과일 내의

다른 세균이나 곰팡이들이

활동을 할 수 없어져서

덕분에 과일도 좀 더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돼요.

그렇다면 자연의 과일에서 나는

알코올 향기는 좋은 신호겠죠?

다 익어서 먹기 좋은 상태인 데다가

세균의 위험도 제거됐다는 뜻이니까요.

이렇게 알코올 향기를 맡은

온갖 동물들이 과일로 몰려들면서

2라운드가 열리는 겁니다.

 

당연히 인간도

2라운드의 주된 참여자들 중 하나였고,

가끔 시즌을 잘 만나서

노다지를 발견, 실컷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맛있는 과일 파티를 벌이면서

'취하는' 기분까지 느낄 수 있었던 거죠.

'이 행복한 기분을 더 농축할 순 없을까?'

'더 자주 즐길 수는 없을까?'


이런 인간의 욕망.

훗날 안전한 동굴 속에 거처를 마련하고,

돌이나 나무를 파내서

그릇을 사용하게 된 인류는

과일을 잔뜩 따다가

한 군데 모아 놓고

일부러 발효를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자연발효된 알코올을 넘어,

대충 술이란 것이 출현했죠.

이처럼 과일은 술로 만들기

가장 쉬운 재료였습니다.

효모가 분해하기 쉬운 단당류가 풍부.

물기가 많았으니...

물론 이후에는 과일뿐만이 아니라

다른 재료들로도 술이 만들어졌습니다.

과일을 보기 힘든 추운 지방에서는

벌꿀을 물로 희석해서 발효시킨

벌꿀주가 만들어졌고

농경이 시작된 이후에는

보존성이 높은 곡물을 이용해서

술을 빚기 시작했죠.

하지만 와인과 같은 과실주는

만들고 나서

최대한 빨리 먹어치워야만 한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공기 중의 산소가 닿으면

술 안에 있던 박테리아들이 활성화돼서

알코올을 아세트산으로 바꾸고

결국에는 식초로 만들어버렸거든요.

그리고 맥주와 같은 곡물주의 경우

만드는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있었는데요.

효모는 단당류나 이당류 같은

단순한 당류만 분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곡물은 과일과 달리

다당류인 전분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이걸 잘게 쪼개 줄 효소,

즉 아밀레이스가 필요했는데...

슬프게도, 가장 구하기 쉬운

아밀레이스는 다름 아닌

사람의 침 속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기의 곡물주는

사람이 씹었다 뱉는 식으로

1차 처리를 해서 발효를 시켰죠.

지금과 같은 모습의 술이 등장한 것은

청동기 시대, 문명이 고도화되면서부터였습니다.

지중해의 페니키아인들은

술병 안쪽에 송진을 바르는 방법을 개발해서

와인을 더 오래 보존할 수 있게,

바다를 건너 수출할 수 있게 만들었고

이집트인들은 보리에 싹을 틔워서,

중국인들은 누룩곰팡이를 배양해서

사람의 침을 대체하는

아밀레이스를 얻어냈어요.

또한 점차 발전하는 무역 네트워크를

통해 각지의 술 문화가 교류됐습니다.

맥주가 북유럽까지 전해지고,

지중해 세계 전체에서

포도가 재배되기 시작했으며,

실크로드를 통해서는 멀리

동쪽의 중국과도 양조 기술이 오고 갔죠.

고대로부터 술은 정신을 몽롱하게 하는

성질 때문에 종교적으로 아주 중요했습니다.

때문에 세계의 어느 신화에서나

술이라는 걸 만들고

인간에게 가르쳐 준 존재가 꼭 나와요.

그러나 중세로 접어들고

거대 종교들이 세상을 갈라 먹게 된 이후에는

 

각 종교의 가치관에 따라

술에 대한 입장도 달라졌는데요.

예컨대 기독교에서는

와인을 신이 주신 생명의 상징으로,

'그리스도의 피'로 여겨

신성시했고,

반면, 이후에 등장한

이슬람교에서는 신앙과 이성을

마비시킨다는 이유로

술을 금지시켰죠.

그런데, 이런 입장 차이가 아이러니하게도

술의 또 다른 진화를 촉발합니다.

메소포타미아와 페르시아 지역은

고대로부터 맥주와 와인의 전통이

깊은 지역이었는데요.

이슬람이 오면서 술을 박해하니,

못 먹는 술을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끓이고 말리고 얼리고 녹이고

별 짓을 다 해 보기 시작한 거예요.

그렇게 발견된 것이 바로 알코올이었습니다.

와인이나 맥주 같은 걸

일정한 온도로 가열하다 보면

수상할 정도로 맑은 액체가

뚜껑에 맺혀 분리되는데

그 속에 사람을 취하게 하는

바로 그 물질이 응축되어 있더라는 거죠.

이렇게 이슬람 세계에서 증류한 알코올은

소독이나 염색 등에 널리 사용되며

의학과 산업의 신세계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 알코올 증류 기술이

술을 금지하지 않는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자

다른 의미의 신세계가 열려버려요.

기존의 술들은 도수도 높지 않고

숙취도 심했는데,

증류를 하면?

도수도 훨씬 강하고

잡스러운 성분도 없는

진또배기 술을 얻어낼 수 있었으니까요.

이거야말로 진정한 술,

'생명의 물'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죠.

특히나 이슬람 세계와 맞닿아 있던 유럽에서는

일찍이 이 기술을 받아들여

독자적으로 연구시키고 발전시켰습니다.

당시 유럽 의학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의 살레르노에서는

의사들을 중심으로

이슬람의 지배를 받던

이베리아반도에서는

연금술사들을 중심으로

알코올을 연구하기 시작했죠.

카톨릭 수도사들도 빠질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와인은 카톨릭의 성체성사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였으니...

때문에 수도원은 술에 관한 한

최고의 장인들이 모인 곳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술의 정수가 발견됐다고 하니

이건 못 참는 거죠.

그렇게 증류주는 유럽인들에게

'생명의 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재료도 아주 다양했는데요.

프랑스 남부나 이탈리아 같은 남유럽에서는

와인 같은 과실주를 증류해서,

주로 브랜디나 꼬냑 같은 술을 만들었고,

스코틀랜드에서는

맥주처럼 보리를 발효시킨 뒤

증류해 만드는 스카치위스키가

북유럽이나 동유럽 등지에서는

감자나 밀을 이용해 만드는

보드카를 즐기게 됐죠.

증류주 열풍은 서쪽뿐 아니라

동쪽으로도 절찬리에 퍼져나갔습니다.

특히나

중국과 이슬람 세계를 모두 정복해 버린

몽골 제국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기존에 곡물을 발효해 빚은 황주를

주로 마셨던 중국인들은

몽골의 지배 이후

증류 기술을 완성해서

고량주 같은 '백주'를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했고,

고려는 아예 몽골을 통해

증류 기술을 처음 도입했죠.

그래서 처음에는 몽골어 단어

'아르히'를 그대로 받아들여

아락주, 아라치 같은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이 분야의 원조인 아랍인들이

증류주를 '아락'이라고 불렀기 때문인데,

아락은 '땀'이라는 뜻.

증류할 때 맺히는 이슬이

땀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에요.

한국의 '소주'

이때부터 역사가 시작됐는데요.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이나

병참기지였던 안동에서

특히나 이런 증류주가 많이 만들어져서

지금까지도 개성 소주, 안동소주 같은

이름으로 그 명성이 이어지고 있을 정도죠.

이처럼 인류의 시작부터 함께하여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해 온 술!

하지만 그렇게 발전해갈수록,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200년쯤 전부터는

알코올 중독이라는 병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고,

미국 같은 곳에서는 20세기 초

금주법이라는 초강수를

두기까지 했을 정도죠.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너무 흔해지고, 절제하지 못하면

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술의 역사는 그 종류마다

너무 깊고 복잡해서

이번엔 술의 기원을 중심으로

그 역사를 간략하게만 알아봤습니다.

<출처> 지식해적단 YouTube